쌍둥이엄마의 책읽어주기 예찬

나는 쌍둥이 엄마

한날 한시에 태어난 쌍둥이 남매가 있다. 쌍둥이 키우기 힘들다는 거, 말 안해도 엄마들이라면 다 알 것이다. 그런데 힘든 육아에도 불구하고 쌍둥이라서 더 쉬운 게 있었는데 바로 독서교육이다. 둘이 수준이 똑같으니 한번 책을 읽어주면 둘다 들을 수 있어 편하다. 터울이 있는 남매였다면 누나 수준의 책 따로, 동생 수준의 책 따로 읽어줘야 하겠지만, 쌍둥이라 한번에 가능하다. 서로 경쟁을 하듯 책을 좋아하니 그것도 장점이다. 누구 하나 책을 집으면 서로 그것을 먼저 보겠다고 야단이니, 참 아름다운 풍경이다. 더 읽어주세요, 더 읽어주세요, 하는 아이들의 초롱초롱 눈동자를 볼 때면 정말 책 읽기를 멈출 수 없다.

책과 하루

아이들에게 책을 읽어주기 시작한 지 4년이 넘은 것 같다. 돌 막 지나서부터 그림책을 보여주기 시작했는데, 지금까지 거의 거르는 날 없이 매일 책을 읽어주고 있다. 잠자리에 들기 전 대여섯권의 책을 꼭 읽어주고, 아침에 일어나서 서너권, 어린이집 다녀와서 서너권 정도 읽는다. 

특히 잠자리 책읽어주기는 빼먹지 않는 편이다. 하지만 잠자리 책읽어주기는 밑도끝도 없을 때가 있다. 10권 이상을 가져와서 읽어달라고 하는 날도 많은데 그때마다 졸리고 피곤하지만 최대한의 인내를 발휘한다. 내가 이거라도 해주어야지 다른게 잘하는 게 무엇이 있나, 하는 마음이 들어서 책읽어주기는 아이들이 원하는 대로 실천하는 편이다. 그리고 재미있는 그림책을 상상하면서 잠이들면 좋은 꿈을 꿀 것 같고 밤새 기분도 좋을 것 같아서 왠지 나도 흐뭇하다. 

여행을 가거나, 친척집에 놀러가서도 꼭 책을 챙겨가서 읽어주고 그곳에 만난 아이들과도 함께 책을 읽는다. 뛰어놀던 아이들도 책을 읽을 때 만큼은 자리에 앉아 집중하고 또 이야기 속으로 빠져든다. 그럴 때면 스토리의 힘을 새삼 깨닫게 된다.

책 고르기 

책읽어주기는 다른 어떤 놀이보다 간단하고 편하고 특히 저렴하다. 중고책을 중심으로 아이들이 좋아하는 책을 사들이기 시작했는데, 세돌 정도 지난 지금 아이들 책이 700여권 정도 되는 것 같다. 모두 중고책이라 책을 구입하는 데 큰 돈을 쓴 적은 없다. 

전집을 살 때도 중고서적 사이트에서 산다. 전권이 다 없거나, 낙서가 되어 있는 책을 일부러 고른다. 그래야 더 저렴하고 아이들도 부담없이 읽을 수 있기 때문이다. 

단행본들도 많이 사는 편이다. 하나하나 고르는 재미가 있다. 하지만 중고 전집으로 사는게 더 저렴하다는 생각이다. 아무래도 낱권으로 사는게 비용 부담이 있다. 

하지만 원하는 책을 다 살 수는 없다. 그래서 어린이도서관에서 매주 대출을 받는다. 가까운 길꽃 어린이 도서관에서는 한 명당 5권을 대출받을 수 있는데, 쌍둥이랑 나랑 신랑이랑 도서대출 카드를 만들어 1주일에 총 20권이 대출 가능하다. 물론 20권을 다 빌려가진 않지만. 하여튼 다양한 책을 아이들에게 읽어주려고 하고 있다. 대출한 책 중에 아이들이 너무 좋아하는 책은 따로 구입해서 소장한다. 

다양한 책도 좋지만 경험한 바로는 아이들에게는 같은 책을 여러번 읽는 것도 좋은 것 같다. 한 가지 책을 지금까지 백번도 더 읽어준 적도 있다. 그때마다 읽었던 책이라고 거절하지 않고 처음 읽는 것처럼 매번 정성을 다해 읽어주었다. 아이들은 매번 새로운지 방금 읽었는데도 또 읽어달라고 한다. 난 그런 아이들의 선호를 존중한다. 

좋은 그림책은 상상을 많이 할 수 있게 만드는 책이다. 본문의 내용을 그림이 잘 받쳐주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림이 너무 많은 이야기를 하는 것도 좋지 않다는 생각이다. 아이들이 상상할 수 있는 여지를 남겨주는 그림책을 고르는 것이 좋다.  

책읽어주기의 효과

다른 엄마들에게 책읽어주기에 대해 이야기하면,  우리아이는 책을 안좋아하는 것 같다, 자꾸 책을 찢으려고 한다, 책을 던지려고 한다는 등의 반응을 여러차례 들은 적이 있다. 사실 나도 마찬가지 였다. 막 돌 지난 아이들이 책에 얼마나 집중을 하겠는가. 그런데 1주일이 걸리지 않았다. 잠들기 전에 매일매일 1주일 동안 규칙적으로 책을 읽어주었더니 책에 집중하는 모습이 많이 달라졌다. 

책을 찢으려고 하면 그대로 두었다. 어차피 싸구려 중고책이지 않는가. 찢은 책으로는 딱지도 접어주고 세워서 집을 만들어주기도 했다. 아이가 책을 장난감처럼 갖고 놀도록 유도했다. 억지로 읽어주려고 애쓰면 혹시 완전히 흥미를 잃을까 해서 매우 조심했다. 

우려와 달리 책읽어주기 1주일이 지난 후에는 아이들이 책장을 스스로 넘기게 되었다. 한달 정도 지난 후에는 더욱 정교하게 책장을 한장 한장 넘길 수 있게 되었다. 두돌 정도 되었을 때는 다음 장에 나온 이야기가 너무 궁금해서 아이들이 참고 기다리지 못할 때도 많았다. 빨리 다음 이야기를 듣고 싶어서 가슴을 졸일 때도 있다. 스토리에 점점 몰입하는 것이다. 세돌이 지난 다음에는 좋아하는 책이 분명해졌다. 글을 읽지 못하지만 좋아하는 책을 잡고 그 이야기를 다른 사람에게 들려줄 수 있게 되었다. 자기가 책을 읽어주겠다고 할 때도 많다. 그리고 네돌이 되어가는 지금은 반복되는 글씨를 보고 몇글자씩 스스로 글읽기를 익혀나간다. 아주 천천히지만 글씨에 관심을 많이 갖기 시작했다. 하지만 사실 문자를 빨리 배우게 하고 싶지 않아서 적극적으로 자극을 주지는 않고 있다. 나는 책읽어주기 본연의 활동을 계속하고 싶을 뿐이다. 

책을 많이 읽어주면서 느끼는 건데 아이들의 어휘력이 몰라보게 달라진다는 점이다. 책 속에 나오는 다양한 형용사와 부사를 사용하고, 원인과 결과를 이해하여 논리적으로 말하는 능력을 배운다. 그리고 책 속 주인공들의 다양한 감정들을 이해하고 느끼는 것 같다. 무엇보다도 나는 감정을 책을 통해 배운다는 게 의미있는 일인 것 같다. 이밖에도 책을 통해 일상생활에 필요한 기본 상식과 예의들을 배울 수 있는 효과가 있다. 수학의 기본 개념도 책을 통해 가능하다. 

책 읽어주기 팁!

그렇다면 책을 어떻게 읽어주야 할까. 사실 이부분에 대해서는 엄마만큼 잘 읽어주는 사람은 없다! 라고 확신한다. 어떤 책읽기 전문가라고 해도 엄마보다는 못하다. 친숙한 엄마의 음성으로  아이를 안거나 무릎에 앉히고 책을 읽어주는 그 행위는 엄마가 할 수 있는 가장 사랑스러운 일 중에 하나이다. 그러니 자신을 갖고 읽어주면 된다. 

이야기를 읽는데만 급급해서도 안된다. 책을 읽는 과정을 즐기는 것이다. 관련 주제를 놓고 이야기를 나누면서 읽는다던가, 그림을 자세히 살펴보게 한다거나, 생각나는  일상 사건을 이야기 한다거나 하면서 아이와 교감을 나누는 게 더 중요하다. 책을 통해 더 많은 상상을 하게 하고 책으로 시작해서 일상생활로 넘나드는 것이다. 어쩌면 책은 상상을 위한 도구일 뿐이다. 

엄마의 취향도 반영하면 좋다. 엄마도 사람인데 아무리 아이를 위한 책이라지만 지루한 책들은 읽기 싫을 때도 많다. 엄마가 좋아하는 책들도 따로 골라두어 읽어주는 재미를 더한다. 그림책들 중에는 어른이 읽어도 좋을 책들이 참 많다. 감수성 풍부하신 애들 할머니는 책을 읽어주다가 몇번을 울곤 하셨다. 

퇴근하고 돌아와서 지치고 힘들 때도 아이들에게 책읽어주기를 쉬지 않았던 그때가 생각난다. 그렇게 애썼던 그날들 덕분에 지금 아이들은 책을 너무 좋아하고 책을 좋아해준 덕분에 나도 아이들과 함께하는 시간이 즐겁다. 하지만 오해하지 말기를. 책읽어주기는 하루의 일부분이라는 걸. 아이들은 책을 읽기 위해 앉아있는 시간보다 밖에서 뛰어노는 시간이 훨신 많아야 한다는 걸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