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살림을 잘살수있을거라고는 예전엔 미처 몰랐었다. 결혼을 하고 늘 밥상을  준비하는게 나의 몫이 되면서부터 쌓여오던 그 스트레스를 지금도 잊을수없다.

스트레스를 누가 좋아하랴마는 그게 싫어서 마음을 바꾸었다. 이왕지사 해내야하는거라면 즐겁게 하고싶었다.그래야 하는 나도 먹는 식구도 즐겁게 만들고 맛있게 먹을수 있을거같았다.그렇게 일찌감치 마음을 바꾸면서 나의 살림은 즐거워지기 시작했고 20년이 되는 지금에도 여전히 부지런을 떨어가며 유지해오고있다.

매일 아침 6시면 눈을 뜨는 일이 지금도 로봇처럼 계속되지만 피곤하지 않은건 아니다.그치만 눈을 뜸과동시에 시작되는 나의 손길과 나의 발길로 식구들이 건강해지고 행복해진다고 생각하면 눈꺼풀의 무게도 일찌감치 가벼워진다.10년째 주말농장을 가꾸는 것 또한 그런 마음의 연장이다. 

냉장고에 신선한 찬거리들을 연신 준비하고,준비한 것들을 하나씩 하나씩 비워갈때, 그리고 다시 빈공간을 채워갈때 그때의 즐거움이라는건 바로 살아가는 맛이라 표현해도 좋다.

어디서 무얼하든 모두가 먹고살자고 하는 것이라고들 상투적으로 말한다. 그렇다.아무리 부자여도, 지지리 궁상맞은 이도 모두가 밥세끼 먹어가며 살아가는 세상이다. 돈이 많다고 금덩어리를 먹고살지않고 네다섯끼니를 채우는것도 아니다. 우린 다 세끼밥을 먹고 살아가는 인생이기에 먹거리는 무엇보다중요하다.

살림사는 사람의 부지런함이야말로 식구들을 행복하게 하고 건강하게 한다.

늘 준비된 밥상을 차리기위해,더러 늦은 시간까지 야채를 씻고 소스를 만들고 나물을 다듬느라 주방에서의 퇴근시간이 늦은 날도 있지만  그래도 밖에서 야근하는 남편에 비하면 눈치보는 상사도 없는 내공간은 얼마나 행복한가...새로운 기획안을 올리고도 깨져야하는 남편에 비하면 나는 부담없이 새로운 맛들을 만들어낼수 있지않은가? 더러 식구들이 맛이없다고 해도 다시 또 만들어보면 되니 그또한 눈치볼일 없지않은가?

레시피가 없어도 늘 새로운 맛이어도 나의 도전에 반가워해주는 가족들은 내 살림의 경력에 인사고가점수를 더해주는 상관들이다.

물론 승진은 없다 월급도 오르지않는다. 하지만 그들의 점수로 새로운 요리가 탄생하고 행복 한다발이 늘어난다.그렇게 20년동안 늘어난 나의 행복다발은 오늘도 무겁지만 가볍게 나를 지탱해주는 힘이되고 있다.

오늘저녁은 더위에 지쳤을 식구들을 위해 시원한 초밥을 종류별로 준비해야겠다.

나의 살림경력서에 더 이상 적어내려갈 메뉴가 없을 때까지,

아니 듣지도 보지도 못하는 새로운 메뉴들로 가득 찰때까지

나의 주방엔 불이 끄지지 않을 것이다.